■ 신경외과 나영신 교수님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애써 외면하고 싶었지만 하나뿐인 아이에게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뇌전증이 약하게 올 수도 있으니 뇌파검사를 해보라고 소견서를 써주어 2차 병원에서 뇌파 측정, mri 검사 후 바로 종양 진단을 받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당일 전원했습니다.
하루 동안 인생을 돌아 보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다고 해야 하나? 무슨 죄를 지었길래 자식에게 이런 병이 생긴 건가 하는...
그때부터 기다림이라는 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하필 이 시국에 발병 사실을 알게 되어 수술전검사를 위해 약 일주일간 입원을 해서 보니 그나마 우리 아이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은 아닌지라 수술을 서둘러 달라고 사정을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련 약을 먹어도 하루 종일 몇 번이고 나오는 전조증상과 경련으로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우리 부부는 빠른 수술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나영신 교수님께서 최대한 빠르게 수술해 주시려 노력해 주셔셔 올해 안에 받으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추석 지나고 생각지 못하게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만 받으면 모든 증상이 없어질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수술 후 교수님께서 계속되는 경련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절망하여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루 만에 찾아온 경련 소식에 교수님께서 먼저 저를 불러 mri 사진을 보여 주시며 재수술을 해보자고 말씀해 주셔서 눈물이 나도록 너무 감사했습니다.
가능성이 낮더라도 방법이 아예 없는 게 아니니까 실낱같은 희망을 주셔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한줄기 빛과 같았던 한마디.
신경과 교수님과 상의해야 하니 아직은 아이한테 말하지 말라는 세심한 당부의 말씀까지.
병원에서도 공부하는 아이가 마음에 걸리셨던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수술 일정 조정으로 고생하셨다는 걸 아니까 더더욱 감사했습니다.
월요일에 아침 8시 전에 회진 오시고, 일요일 저녁에도 회진 오시는 걸 보면서 보통 책임감이 아니면 아무나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수술 전 보호자에게 자세한 설명, 예상치 못한 2차 수술로 놀랐을 아이에게 수술 관련 그림까지 그려주시며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친가족처럼 자상한 교수님께 정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수술 후 첫 경과 진료 보러 갔었는데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 어린이병원간호팀 허정미 간호사님
어느 날 걸려온 낯선 전화번호.
예정보다 빨리 수술이 가능해 입원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이번에는 기회를 잡으리라 망설이지 않고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그때부터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하교하고 온 아이에게 차분히 설명을 하고 수술 전 마지막 필라테스를 하고 집에 와서 입원 짐을 싸고 입원했습니다.
수술 전에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는데, 중환자실 설명을 듣다가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터졌습니다.
일반 병실로 바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말에 절대 안 된다고 중환자실로 보내달라고, 중환자실에서 케어 받는 게 더 안전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개두술 후에 아파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다며 펑펑 울었습니다.
간호사님이 아무 말 없이 손을 꽉 잡아 주시며, 무슨 말씀이신지 안다고, 후에도 우느라 말을 못 하는 저를 바라보며 "어머니,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라고 나지막이 물으시는데 그 말 한마디가 정말 천 마디 말보다, 그 누구의 말보다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보호자는 1명만 출입이 가능해 아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데 간호사님의 한마디가 정말 큰 위안이자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1차 수술 후 교수님께서 설명을 위해 저를 부르셨을 때, 병실에서 스테이션까지 그 짧은 이동거리를 손을 잡고 귀에 나지막이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속삭여 주던 마음 씀씀이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또 가슴이 먹먹하도록 감사함을 느낍니다.
생각지 못했던 2차 수술로 인해서 스케줄 조정하시느라 고생해 주신 것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수술 후 첫 경과 진료 보러 가서 간호사님을 뵈었는데, 저 혼자 심리적 친밀감이 너무 밀려와 선생님이 저희 아이한테 기쁜 소식 전해 들으셨다고 하시면서 너무 좋아해 주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또 주책맞게 선생님 품에 안겨서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네요.
혹시라도 일하시면서 힘드실 때마다 저희 같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선생님한테 눈물이 나도록 감사함을 느끼고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계신다는걸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이번 입원과 수술로 인해서 의사,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제 생각이 180도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