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진열(Murine typhus)
발진열이란 리케차 타이피(Rickettsia typhi)라는 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입니다. 임상 증세는 발진티푸스와 비슷하지만, 일반적으로 증세가 가벼우며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주로 가을철에 많이 발생하며, 농촌이나 곡물 창고같이 쥐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에서 주로 발병합니다.
발진열을 유발하는 리케차 타이피(Rickettsia typhi) 균은 발진열 환자의 혈액을 흡혈한 '쥐벼룩'이 다른 사람을 물거나 피부 상처, 비말을 통해 흡입되면 전염됩니다. 감염된 '쥐벼룩'은 감염원인 리케차 타이피를 배설합니다. 이때 사람이 감염된 '쥐벼룩'의 배설물을 문지르거나, 먼지나 벗겨진 상처를 통해 흡입하는 경우, 또 '쥐벼룩'에 물린 경우 발진열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리케차 타이피는 건조된 분변 속에서 수개월에서 1년간 생존하며, 56°C의 고온에 30분이 가열하면 사멸합니다. 이 질환은 집쥐가 있는 곳에는 어느 곳에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병원소는 쥐나 쥐벼룩이지만, 고양이나 고양이 벼룩도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발진열의 잠복기는 8~10일 정도로, 비교적 급격하게 발병합니다. 39~40°C의 고열이 1주일 정도 지속됩니다. 초기에는 두통과 오한, 근육통, 가래가 없는 마른 기침을 하는 환자가 많아 감기 증상과 혼동하기도 합니다. 이후 전신에 작은 좁쌀 형태의 발진이 나타났다가 4~8일이 지나면 없어집니다. 이러한 피부의 변화는 발진티푸스에 비하면 지속 기간이 짧으며, 출혈성인 경우도 적습니다. 발진열이 발진티푸스와 다른 점은 신경 정신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출혈성 발진도 없다는 점입니다.
발진열은 혈액 등 환자의 검체에서 균을 분리 동정하여 진단합니다. 검체에서 리케차 타이피(Rickettsia typhi) 유전자나 항원이 검출되는 경우 확진할 수 있습니다. 진단을 위해서나 다른 리케치아 질환과 구분하기 위해서 혈청학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발진, 발열, 두통이 나타나면 발진열일 가능성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발진티푸스(Brill-Zinsser병 포함),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또는 다른 발진이 나타나는 질환과 감별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테트라싸이클린, 독시싸이클린과 같은 항생제를 투여하여 치료하면 48시간 이내에 열이 떨어집니다. 열이 떨어진 후 2~3일까지 치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람끼리는 전염되지 않습니다. 한 번 걸리면 평생 면역됩니다.
발진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벼룩에 물리지 말아야 합니다. 발진열 리케치아의 숙주인 쥐를 없애기 위해 잔류 효과가 있는 살충제(DDT)를 쥐의 통로, 쥐구멍, 쥐집 등에 뿌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식품 저장소, 곡물 창고나 주거지에서 쥐덫이나 쥐약을 사용하여 쥐를 없애거나, 벼룩의 피난처에 카바릴(carbaryl) 또는 페르메트린(permethrin) 가루를 살포할 수 있습니다. 환자로부터 직접 전파되지 않으므로, 환자를 격리하거나 소독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재까지 예방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